기준일: 2026년 8월. 가격과 영업시간은 자주 바뀌므로 방문 전에 확인하세요.
카이로 다운타운, 이집트 박물관에서 걸어서 10분 남짓. 좁은 골목에 사람이 줄지어 서 있고, 안쪽에서는 금속 그릇이 카운터를 때리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립니다. 코샤리 아부 타렉(كشرى أبو طارق)입니다.
코샤리가 뭐길래
한 그릇 안에 밥, 마카로니, 짧은 스파게티, 검은 렌틸콩, 병아리콩이 층층이 깔리고, 그 위에 향신료를 넣은 토마토 소스와 바삭하게 튀긴 양파가 올라갑니다. 여기에 두 가지 소스를 취향껏 부어 먹습니다.
- 다카(دقة) — 마늘을 넣은 식초 소스. 느끼함을 잘라주는 역할입니다.
- 슈타(شطة) — 매운 칠리 소스. 한국인 기준으로 아주 맵진 않지만 양 조절은 필요합니다.
탄수화물 위에 탄수화물을 얹은 구성인데, 신맛과 매운맛이 들어가는 순간 균형이 잡힙니다. 고기가 전혀 안 들어가서 채식하는 분도 대부분 문제없이 먹을 수 있고(음료는 따로 확인 필요), 가격 대비 포만감이 압도적입니다.
2025년, 유네스코에 올라간 음식
2025년 12월 10일, 유네스코가 '코샤리, 일상의 음식과 그에 얽힌 관습'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했습니다. 이집트 음식으로는 처음이고, 이집트가 등재한 열한 번째 항목입니다.
주목할 점은 유네스코가 인정한 것이 '요리법'이 아니라 '생활 방식'이라는 겁니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같은 그릇을 같은 가격에 먹는다는 점, 노점과 식당과 가정에서 세대를 거쳐 전해져 왔다는 점이 등재 이유로 언급됐습니다. 등재 절차에는 아부 타렉 측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디서 온 음식인가 —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
코샤리의 기원은 정설이 없습니다. 가장 널리 퍼진 설명은 19세기 영국 지배기에 인도에서 건너온 쌀·렌틸콩 요리 '키츠리(khichri)'가 이름과 뼈대를 제공했고, 알렉산드리아와 카이로에 자리 잡은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파스타와 토마토 소스를 더했으며, 여기에 이집트식 튀긴 양파와 식초가 붙어 지금 형태가 됐다는 것입니다. 쌀도 마카로니도 이집트 토종 작물이 아니라는 점이 이 설명을 뒷받침합니다.
반면 이집트 쪽에서는 곡물과 콩을 함께 먹는 방식 자체가 훨씬 오래된 이집트 식문화이고, 파스타와 토마토는 나중에 얹힌 옷일 뿐이라고 봅니다. 어느 쪽이든 결론은 비슷합니다. 코샤리는 제국과 이주와 항구가 겹친 자리에서 만들어진 음식이고, 그래서 이집트답습니다.
아부 타렉이라는 가게
1950년, 한 노점상이 손수레에서 코샤리를 팔기 시작한 것이 시작이라고 전해집니다. 그 사람의 별칭이 '아부 타렉(타렉의 아버지)'이었습니다.
지금은 건물 한 채를 통째로 코샤리에 쓰는 집이 됐습니다. 층마다 홀이 있고,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조금 더 앉아서 먹기 편합니다. 2015년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코샤리를 만들어 기네스 기록에 올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관광지가 된 지 오래지만, 유명해진 뒤 맛이 떨어진 카이로의 여러 노포와 달리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튀긴 양파의 상태, 소스의 균형, 통 렌틸콩의 삶은 정도가 이 집을 계속 언급하게 만드는 이유로 꼽힙니다.
- 위치 — 다운타운, 마루프 거리 16번지(샹폴리옹 거리 교차 지점). 옛 이집트 박물관에서 도보권입니다. 주차는 사실상 불가능하니 걷거나 택시를 이용하세요.
- 지점 — 마아디, 헬리오폴리스, 뉴카이로 등에도 지점이 있습니다. 다만 '그 분위기'는 다운타운 본점에 있습니다.
- 가격 — 최근 기준 한 그릇 대략 30~80 EGP 선(크기와 추가 토핑에 따라). 한화로 몇천 원 수준입니다.
- 영업시간 — 자료마다 편차가 큽니다(오전 개점, 자정 무렵 마감으로 안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늦은 밤 방문이라면 확인하고 가세요.
주문하는 법
처음 가면 순서에서 한 번 당황합니다.
- 먼저 계산합니다. 입구 근처 카운터에서 크기를 말하고 돈을 낸 뒤 영수증을 받습니다.
- 영수증을 들고 자리에 앉거나 서빙 카운터로 갑니다.
- 그릇이 나오면 토마토 소스, 다카, 슈타를 직접 얹습니다. 직원이 대신 부어주기도 하는데, 이때 손놀림이 일종의 퍼포먼스입니다.
크기는 보통 스몰과 라지 정도로 나뉘는데, 스몰도 한국 기준으로는 꽤 큽니다. 처음이라면 작은 걸 시키고 부족하면 더 시키는 편이 낫습니다. 렌틸 수프를 같이 파는 곳이면 그것도 평이 좋습니다.
먹을 때의 팁
- 소스는 한 번에 다 붓지 말고 반쯤 먹은 뒤 다시 조절하세요. 밑에 깔린 재료가 소스를 흡수하면서 맛이 달라집니다.
- 다카(식초)를 겁내지 마세요. 이 음식의 인상은 식초를 넣었을 때와 안 넣었을 때가 완전히 다릅니다.
- 섞어서 먹는 음식입니다. 층을 아껴가며 먹기보다 위아래를 한 번 크게 뒤섞고 시작하는 편이 낫습니다.
- 실내가 시끄럽고 회전이 빠릅니다. 천천히 이야기하며 먹을 자리는 아니고, 20~30분이면 충분합니다.
- 자리 안내나 소스 서빙을 도와준 직원에게는 소액 팁(박시시)을 남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른 선택지도 있습니다
- 사이예드 하나피 — 다운타운에서 자란 카이로 사람들이 조용히 더 좋아한다고 말하는 집입니다. 관광객은 적습니다.
- 주바(Zööba) — 이집트 길거리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브랜드. 가격은 서너 배지만 에어컨, 영어 메뉴, 통곡물 버전, 알레르기 표기가 있습니다. 위생이 걱정되거나 편하게 앉아 먹고 싶은 날의 선택지입니다.
- 펠펠라, 아불 시드 — 코샤리를 포함한 이집트 요리 전반을 제대로 차려 내는 식당들. 코샤리만 먹으러 갈 곳은 아닙니다.
정리
기자의 피라미드를 보고 내려와 저녁으로 아부 타렉의 코샤리 한 그릇을 먹으면, 이집트라는 나라를 두 가지 방식으로 본 셈이 됩니다. 하나는 4천 년 전에 돌로 쌓아 올린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도 매일 수천 그릇씩 팔리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 쪽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이야기를 여행자들에게서 자주 듣습니다.
몇천 원짜리 한 그릇이니, 카이로에 있는 동안 한 번은 꼭 드셔보시길.
그리고 한국에서는 이태원에 이집트 음식점이 하나 있으니 궁금하다면 방문해보세요.
손짓